2025년의 대한민국 교육은 어느 해보다 격변 속에 놓여 있었다. 학령인구의 급감은 학교 체제 전반을 흔들었고, AI 학습 도구의 급속한 도입은 교실의 역할과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지역 간 교육격차는 오히려 심화되며 “출생지에 따라 학업 기회가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대해 수많은 논의와 대책이 쏟아졌지만, 정책의 파편화•임기응변식 접근은 현장의 피로만 증가시켰다. 결국 교육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임에도, 우리는 그 방향에 대해 충분히 합의하고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특히 아쉬움이 컸던 정책 중 하나는 학교 재구조화에 관한 논의이다. 농산어촌 학교의 통폐합이 빠르게 추진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성과 공동체성, 그리고 학생들에게 제공될 교육적 대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전남의 한 소규모 중학교는 통폐합을 앞두었지만, 오히려 지역 대학•기업과 협력하여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프로젝트 기반 수업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범 사례는 정책적 지원이 아닌 학교의 자구적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문제는 학교의 규모가 아니라, 지역의 특성과 학생의 강점을 기반으로 교육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지원체계의 부재였다.
또 하나의 고민은 AI 기반 학습확산에 대한 ‘형식적 수용’이다. 다수의 학교에 AI 교과서와 학습관리시스템이 보급되었지만, 기술 도입이 곧 교육혁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부 교실에서는 학생의 개별 학습 진단이 정교하게 이루어졌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교사가 AI 활용 연수를 충분히 받지 못해 도구가 사실상 방치되거나 기존 방식의 단순 자동화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기술 격차가 곧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테크놀로지의 문제라기보다, 교사의 전문성 강화와 현장 맞춤형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정책의 표피적 도입이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나 개인정보 유출 및 준비 부족도 등의 몇 가지 사유로 AI교과서 도입(AIDT) 정책이 표류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향후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것은 보다 “빠르게”가 아니라 보다 “옳게” 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과제는 전국적 기준과 지역 자율성의 균형 회복이다. 국가 차원의 기본 학력 보장,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기초학력 개입 등 보편 교육은 분명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과 학교가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넓히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 동력이 되어야 한다. 학교가 지역 산업•문화•자원을 교육에 연결시킬 때, 그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허용 폭이 더 넓어져야 한다.
또한 우리는 교육을 ‘투입 대비 성과’로만 보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의 성과는 단기간의 성적 향상이나 진학률로 재단할 수 없다. 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의 숫자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학생의 잠재력은 줄어들 수 없다. 한 고등학교에서 시행된 ‘문제 정립 수업’ 사례처럼, 학생들이 지역의 난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창의성과 성취감은 시험 점수 외의 교육적 가치를 강력히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개혁해야 할 것은 학생이 가진 가능성을 일정한 틀 안에 밀어 넣는 편협한 시스템이다.
2025년의 혼란은 교육이 얼마나 섬세한 조정과 장기적 안목을 필요로 하는 영역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교육정책은 더 정교해져야 하고, 더 일관성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학생의 성장 경험을 중심에 두는 철학적 기반이 강화되어야 한다. 다양성을 억압하는 관리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미래 역량을 키우는 도전적이고 개방적인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다.
백년대계인 교육은 국가의 가장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투자다. 지금이야말로 단기 성과와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한 근본적인 교육개혁의 토대를 다져야 할 때다. 2025년의 아쉬움이 더 나은 교육을 향한 출발점으로 기록되길 기대하고 소망한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