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Generation Z)는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즉, 밀레니얼 세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유년기부터 스마트폰, SNS, 유튜브 등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며 자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 세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함께 성장한 특징이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이들 Z세대가 역사의 흐름을 다시 쓰고 있다.
2020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를 뒤덮은 촛불 시위의 중심에도, 2022년 네팔 총선에서 신생 정당 래코스트(RSP)를 제1야당 반열로 끌어올리고 여성 총리를 탄생시킨 돌풍의 핵심에도, 그리고 2023년 마다가스카르의 대선에서 “더 이상 가난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외치며 기존 정치권력을 뒤흔든 주력 역시 바로 청소년 Z세대였다. 이들은 더 이상 정치와 경제의 주변인들이 아니다. 이제는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세대가 되었다.
불가리아 청년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었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해변을 사유화하고 부패 스캔들이 반복되던 현실 앞에서 그들은 외쳤다. “더 이상 침묵하면, 이 나라는 사라진다.” 그들의 끈질긴 연대는 결국 장기 집권 세력의 몰락, 개혁 내각 출범으로 이어졌다. 네팔에서는 30대 국회의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가난, 실업, 해외 노동 의존이라는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Z세대는 SNS를 활용해 정치의 문법을 새로 만들었다. 거리 캠페인이 디지털 플랫폼과 연결되면서 기성 정치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청년 주도 정치 혁명’이 현실이 되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대학 청년들이 “청년 세대에게 남은 것은 빈곤뿐”이라며 일자리를 요구했고, 이를 중심으로 6개 청년 시민단체가 연대한 끝에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시민 행동을 조직했다.
반면 한국의 청년들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지만, 주거·일자리·미래 전망은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용의 문은 좁아지고, 주거비는 하늘을 찌르고, 경력은 쌓아야 하지만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최근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들이 70만 명을 넘어섰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요즘 우리 청년들은 “도전보다 생존이 먼저”라고 말한다. 국제적 비교에서 한국 청년의 삶 만족도는 OECD 최하위권이며, 20대 자살률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실패다. 청년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청년이 아니라 바로 한국 사회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Z세대의 절망을 희망으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청년을 ‘참여자’가 아니라 ‘국가 설계자’로 세워야 한다. 불가리아·네팔·마다가스카르의 공통점은 청년이 정치 결과의 ‘대상’이 아니라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한국도 이제 ►국무회의 직속 ‘청년동반정부위원회’ 설치 ►청년 대표가 국가 예산·정책·법안 초안 단계부터 참여 ►30대·청년 비율을 의무화하는 ‘정책 의사결정 다양성 법제’ 도입 등을 서둘러야 한다. 왜냐면 청년이 빠진 정책은 청년을 구하지 못한다는 절박한 사실 때문이다.
둘째, 청년의 경력을 직선이 아니라 ‘다중 경로’로 재구성해야 한다. 네팔의 청년 정치 혁명은 직업·학업·창업을 넘나드는 유연한 경로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은 여전히 실패에 불리한 구조다. 학업·창업·취업·이직을 자유롭게 왕복하는 유연경로제 도입, 청년 실패를 국가가 보증하는 ‘재도전 보험’ 신설, 대학·기업·지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삼각 융합전공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한 이유다. 청년은 한 번의 실패로 끝나는 존재가 아니다. 기회가 끊겼을 때만 끝난다는 사실이다.
셋째, 주거는 희망의 시작이다. 청년들이 세계 곳곳에서 거리로 나선 이유는 모두 ‘삶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필요한 정책은 ►청년 장기 공공임대 비율을 대폭 확대 ►근로조건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청년 기본주거권’ 도입 ►지방 청년이 수도권 기회를 경험할 수 있는 모빌리티형 공공주택 신설 등 안정된 집이 기본으로 확보될 때만이 청년은 도전을 시작할 것이다.
넷째, 청년의 분노를 국가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Z세대는 불평만 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그들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후 운동, 노동 개혁, 교육 혁신, 사회경제 스타트업 등 청년들은 이미 미래를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청년의 에너지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로 연결하는 것, 바로 이것이다.
한국의 현재 청년의 절망은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청년이 희망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Z세대의 분노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청년을 국가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핵심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세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정치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을 이유로 타오르는 Z세대의 분노는 경제 사정이 열악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번지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일자리와 주거 불안과 사회적 비용 부담에 짓눌린 젊은 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는 한국의 현실도 전혀 다르지 않다.
고용 절벽, 집값 급등, 전월세 가격 급등, 어설픈 연금 개혁 등으로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도 이제는 응답할 차례가 되었다. 누릴만한 것들을 충분히 누린 기성세대이자 이 사회의 최고 엘리트들조차 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옹호하며 권력의 독점에 대한 욕망을 채우려 하는데 그 속에서 만년 생채기를 당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년이 행동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앞선다. 그들이 갈수록 극단 세력으로 돌변하고, 폭력과 집단 저항으로 온갖 불법, 테러 수준의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면 국가의 암울한 미래만이 존재할 것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