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학교 부설 치유과학연구소의 겸임, 객원연구원과 함께 경주박물관 금관전시회를 다녀왔다.
치유과학연구소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이 예술과 함께 지향하는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치유과학연구소는 ‘치유’를 특정 치료기법 하나로 한정하지 않고, 심리·신체·생활·문화·기술을 포괄하는 삶의 전반적인 회복 과정으로 바라보는 학제 간 융합 연구기관이다. 연구소는 치유를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치료’가 아니라, 삶의 리듬과 환경 속에서 미리 돌보고 예방하는 통합적 역량으로 이해한다. 그 문제의식은 박물관·미술관 경험을 ‘지식 전달’이 아닌 ‘자아 회복의 경험’으로 재해석한 신라 금관 탐방 세미나에서 구체적 실천으로 구현됐다. 연구소가 던지는 질문은 명료하다. '치유는 어떻게 과학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학은 어떻게 다시 사람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1. 치유를 '삶의 회복 과정'으로 정의하는 학제 간 융합 연구기관
설립 목적은 분명하다. 치유과학 기반의 융복합 연구를 통해 예방 중심의 통합심리치유 모델을 구축하고, 연구 성과가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정신건강 증진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연구실 안에서 끝나는 치유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치유를 만드는것이 목표이다.
운영 측면에서도 연구소는 학술 생태계를 중시한다. 연구총서와 학술지 발간, 정기 세미나와 연구발표회 개최, 치유 관련 연구자료의 발굴·수집,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지속적 교류를 통해 치유과학을 독립된 연구 영역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2. 연구 구조의 특징 : '근거 – 표준화 – 확산'이 순환하는 4대 연구축
연구소의 큰 특징은 연구 구조에 있다. 연구소는 ▲통합정신치유 ▲자연·영양치유 ▲디지털 치유기술 ▲임상평가·적용이라는 네 가지 세부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기초 연구에서 임상, 평가, 실제 적용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연구 구조를 갖춘다.
이는 치유를 개념이나 체험에 머물게 하지 않고, 근거를 만들고 표준화하며 다시 현장으로 확산시키는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소가 지향하는 치유는 누군가를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과학이다. 예술, 심리, 의학, 생활과학,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치유의 새로운 언어와 방법을 탐구하며, 그 성과를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3. 박물관·미술관을 자아가 회복되는 경험의 장소로
이번 활동을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둔 질문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단순한 지식 전달 공간이 아니라 ‘자아가 회복되는 경험의 장소가 될 수 있는가?’였다. 신라 금관은 역사적 유물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권력과 죽음, 초월을 어떻게 상징으로 형상화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이미지다. 그 상징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 우리의 내면에도 반응을 일으킨다.

박물관·미술관 경험의 치유적 가치는, 일상의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수백·수천 년 전 상징과 마주할 때 개인의 삶의 서사와 집단의 서사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은 고통과 불안을 종종 지나치게 개인 문제로만 느끼지만, 상징을 통해 그것이 인류 보편의 감정과 연결될 때 자아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회복하게 된다.
신라 금관을 바라볼 때의 경외감과 낯섦은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무게를 감당해야 했던 한 인간의 삶’, ‘공동체가 왕에게 투사했던 기대와 두려움’과 같은 서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관람자는 유물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이 감당해온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비춰보게 된다. 연구소는 이 상징적 동일시의 과정을 자아회복의 중요한 계기로 본다.
실제 세미나에서도 참가자들은 역사 설명에 머물지 않고, '나는 지금 어떤 상징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감당하고 있는 위신과 역할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 시작했다. 이 질문이야말로 치유의 언어라는 판단이다. 자아는 설명으로 회복되기보다, 의미를 다시 엮는 과정 속에서 회복되기 때문이다.
연구소가 기대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유물과 작품을 ‘잘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서사를 문화의 서사와 연결해볼 수 있는 상징적 매개체로 만나는 경험이 확장되는 것. 앞으로 연구소는 박물관·미술관 경험을 개인의 심리, 역사적 상징, 과학적 해석이 만나는 통합적 치유의 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며, 이번 세미나는 그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4. 연구와 임상을 잇는 '치유를 실제로 다루는 동행자'
이번 활동의 참여자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유를 실제로 다루는 사람들로 소개된다. 치유과학연구소는 전임·겸임·객원 연구원으로 구성된 다층적 연구 공동체인데, 이번 세미나에는 그 구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겸임연구원으로 참여한 대구한의대학교 교수진은 한의학, 화장품학, 식품영양학, 미술치료학, 약학, 면역학 등을 전공했으며, 전공을 넘어 ‘치유’라는 공통 질문을 가지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해왔다. 현장에서는 같은 금관을 두고도 누군가는 상징과 정서 반응을, 다른 누군가는 인체 반응·면역 관점을 덧붙이며 서로 다른 언어로 해석을 확장했다. 그 장면 자체가 연구소가 지향하는 융합의 모습이었다.
객원연구원으로 함께한 미술치료사, 음악치료사, 심리치료 전문가, 음식 연구자, 강연자 등 실천가들은 연구실의 이론을 현실의 언어로 번역해주었다. 이들은 유물을 보며 '이 상징이 내담자에게는 어떤 감정으로 다가올까', '이 권력의 이미지가 현대인의 불안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유물을 자연스럽게 치료의 맥락에서 해석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점은 ‘정답’ 전달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질문을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교수·임상가·연구자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한 명의 관람자로서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이미 치유적 경험이 되었다. 전공과 직함을 넘어, 치유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치유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같은 상징을 바라보며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것, 이 풍경이 연구소가 지향하는 모델이다.

5. 통합정신치유–자연·영양치유–디지털 치유기술–임상평가·적용
연구소의 앞으로의 계획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치유를 검증 가능한 과학으로 만들고, 다시 사회로 확산시키는 것. 이를 위해 연구소는 네 연구축을 기반으로 '근거–표준화–확산'이 순환하는 구조를 목표로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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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정신치유: 예술치료, 심리치료, 신체기반 접근을 분리하지 않고 정서·인지·신체 경험이 하나의 치유 과정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연구한다. 특히 상징, 이미지, 서사 같은 예술적 요소가 자아회복과 정서조절에 어떤 기제를 통해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론 연구와 임상 연구를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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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영양치유: 한의학적 전통과 현대 영양과학을 연결해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치유 모델을 개발한다. 천연물, 식이, 생활리듬이 정신건강과 신체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표준화된 프로그램으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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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유기술: AI, 알고리즘,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예술치료와 심리지원을 확장한다. 이는 대면 치료를 대체하기보다, 치유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넓히는 보조적·확장적 도구로 설계된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감정과 상징 경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핵심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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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평가·적용: 치유가 체험에 머무르지 않도록 프로그램 효과를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경험 모두로 평가하고, 현장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검증한다. 그래야 치유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사회적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연구소는 성과를 학술논문, 표준 매뉴얼, 교육과정, 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정리해 의료·교육·문화·복지 현장으로 확산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목표로 한다.

6. 예술이 주는 치유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만나게 하는 과정'
예술이 주는 치유는 무언가를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과정이다. 사회적 역할·책임·기대 속에서 자기 자신과 멀어지는 순간, 예술은 그 거리를 멈추게 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억눌린 기억, 이름 붙일 수 없는 불안을 이미지·색·형태로 마주하게 한다.
연구소장 황세진 교수는 회화 작업을 하던 시절에도, 알고리즘·인공지능 예술을 다루는 지금도 같은 경험이 반복되었다. 그는 작업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감정과 내면의 움직임이 화면 위에 먼저 드러나고, 그 순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고 한다. 치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치유는 단순한 위로와 다르다. 오히려 불편한 감정과 회피해왔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직면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예술은 안전한 방식으로 직면을 가능하게 한다. 고통을 제거하지는 않지만, 고통이 나를 전부가 아니게 만든다. 미술치료 교육에서 더 분명해진 점은, 예술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치유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잘 그렸는지, 의미가 명확한지보다 손이 움직이고 색이 선택되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Self를 회복하는 시간이다.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의 도구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내면과 다시 연결되는 통로이며 인간을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려 보내는 오래된 치유 방식이라고 그는 전한다.
[대한민국교육신문 최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