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과잉과 문해력의 빈곤
우리의 모든 오감이 절실하게 느끼는 지능정보사회의 빠른 도래와 더불어 교육 현장에는 디지털 교과서와 생성형 AI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으로서 목격한 최근 우리 학교 교실의 풍경은 ‘에듀테크’의 도래가 빚어낼 거대한 폭풍 전야와 같았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편성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기술적 풍요 뒤에 가려진 현실적 문제들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 아이들은 텍스트의 표층적 정보는 수용하지만, 맥락(Context)을 관통하는 심층적 읽기는 한계를 보이는 ‘실질적 문해력 결핍’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은 단지 국어 성적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뇌가 ‘훑어읽기’와 ‘단기적 보상’에 최적화되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딥 리딩(Deep Reading: 인지과학자 메리언 울프가 강조한 사유하며 읽는 행위)’ 역량이 감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알고리즘을 초월하는 ‘질문하는 힘’의 필요
현재 우리가 공존하는 AI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온 ‘추론’과 ‘창작’까지 모사하고 있습니다. AI가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답’을 우리에게 제시할 때, 우리 인간, 아니 우리 학생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100% 수용이 아닌, 제시된 그 답의 정당성을 묻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절실한 인지적 근육을 형성하는 유일한 경로는 바로 ‘독서’라고 하는 사실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종이 위 활자를 매개로 한 독서는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여 논리적 구조를 재구성하고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인지적 훈련’ 과정입니다. 기계가 제공하는 정형화된 데이터가 아닌, 행간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 저자와 끊임없이 변증법적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소중한 학생들을 ‘알고리즘의 시녀’가 아닌 ‘지식의 주권자’로 만드는 길일 것입니다.
‘독서국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인지 전략
최근 교육부가 천명한 ‘독서국가(Reading Nation)’ 비전은 국가가 주도하는 ‘인지적 회복탄력성’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이며 교육행정자로서 전적인 지지와 응원을 합니다. 인구 구조의 격변과 AI가 이끄는 기술적 특이점이 교차하는 시점에서, 문해력과 사고력을 강화하기 위해, 독서를 국가의 교육전략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국민의 문해력과 사고력이 곧 국가의 기초 체력이자 경제적 혁신 역량으로 직결될 것입니다.
독서(讀書)는 이제 개인의 취미를 넘어선 ‘교육적 기본권’이자,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강력한 복지’의 근간이어야 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정보의 활용 능력’이라면, 독서 리터러시는 그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철학적 기반’입니다. 기초가 부실한 디지털만 강조하는 교육은 모래 위에 세운 성과와 같을 수도 있기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텍스트를 넘어 세상을 읽는 아이들로
저는 경기도 교육 정책의 실무 책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우리 학생들이 디지털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독서’라는 견고한 닻을 내리는 일을 위해 매진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교육 행정의 우선순위를 기술 도입 그 이상의 ‘문해력 재건’에 두어야 할 때입니다. 학교와 지자체 도서관의 기능을 단순히 도서 대출을 넘어선 ‘사유의 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인문학적 소양이 생활 가운데서 키워지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곧 ‘미래를 여는 소리’입니다. AI가 정답을 몇초만에 제시하는 시대에,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독서 국가’를 향한 담대한 여정을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이은주 드림
[다음 칼럼 소개]
학교 담장을 넘어, 우리 마을이 도서관이 된다면

▲ 이은주 의원 의정활동 사진 (경기도 교육행정위원회)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