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통계에 의하면 우리 사회는 2024년 12월에 이미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구성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초고령화 사회’라 칭한다. 이런 사회일수록 자연스럽게 가족의 구성은 과거 부부 중심의 핵가족 체제에서 조부모, 부부 그리고 아이들로 이어지는 3대 가족의 형성으로 다시 흐르게 된다. 필자 역시 2020년대에 얻은 두 손주와의 밀접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가족의 구성에서 조부모와 손주들과의 격대(隔代)교육의 중요성이 가족관계의 실질적인 기반을 이룬다는 것이다.
격대교육은 조부모의 ‘내리사랑’의 결정체이다. 젊어서 생계유지 및 사회적 활동에 분주했던 관계로 정작 자신들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돌봄에 미비했던 부분을 손주들에게 무조건적인 내리사랑의 형태로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이 대체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 같다. 이제 초고령화 사회의 당사자들은 과거 젊어서의 개인의 성취와 이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간직해 온 가치관이 점차 변화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그 원인으로 물질적 풍요와 개인적 성취가 삶의 만족을 온전히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미 다양한 연구와 사회적 경험을 통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타인(손주)과 더불어 살아가며 작은 봉사(돌봄)를 실천할 때 얻는 정신적 충만감이 개인의 성취를 넘어서는 깊은 울림을 제공하게 되는 것에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격대교육이자 돌봄 문화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이타적 삶’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점차 심화되는 초고령화 사회에 발맞추어 우리 교육은 이에 대한 방향 설정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 보편화된 이 시대에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현상은 단순한 가족 내 역할 분담을 넘어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어린 손주를 돌보며 느끼는 정서적 유대와 책임감은 노년기의 삶에 활력을 부여하며,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안정적인 애착 형성과 정서적 성장을 돕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육체적 피로와 부담을 동반하지만, 그 이상의 정신적 기쁨과 만족이라는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George Vaillant, Aging Well, 2002)는 타인을 위한 봉사와 돌봄 활동이 노년기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삶의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킨다고 보고한 바가 있으며 또한 하버드 대학교의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는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좋은 관계와 타인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물질적 성공보다 관계 중심의 삶이 더 깊은 행복을 제공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부모의 손주 돌봄은 단순한 가족 내 노동이 아니라 ‘살아있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조부모와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려, 인내, 공동체 의식을 학습한다. 이는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지식 중심 교육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가치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경험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 즉 ‘공감 능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핀란드와 덴마크에서는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과 아동이 함께 생활하거나 활동하는 교육 모델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핀란드 교육부 보고서(Intergenerational Learning in Finland, 2018)에 따르면,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은 사회성, 공감 능력, 협력 능력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으며, 노인 역시 삶의 만족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타적 행위와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교육의 중심에 두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제 학교와 지역사회, 가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세대 간 돌봄과 협력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타인을 이해하고 돕는 삶의 태도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작은 봉사에서 시작되는 이타적 행위는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의 따뜻한 손길 속에는 단순한 가족애를 넘어, 미래 세대를 키워내는 숭고한 교육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의 변화와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할 미래 교육의 모습이자, 나아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 확실한 인간관계의 길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