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이 위기 국면에 처한 것은 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는 각시도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전문가들조차 ‘붕괴’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교육의 민낯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그 공감의 정도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을 더 듣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인가?
3년마다 OECD를 통해 발표되는 국제학업성취도(PISA)는 비록 세계적 수준이라지만, 정작 학생들의 배움의 즐거움과 만족도는 최하위 수준이고, 교육공동체를 구성하는 교사·학생·학부모 사이의 신뢰는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 현장 곳곳에서 관계의 균열이 심화되며, 학교는 더 이상 배움의 공동체라기보다 갈등의 장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그 방증이라 할 것이다.
이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대단히 낙관적이거나 교육 현장의 현실을 자세히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원로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교육대개혁”의 실행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지금 “교육공동체 붕괴”라는 진단 앞에서 그 회복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징후는 교사의 존중과 권위가 무너진 현실이다.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욕설·폭행과 같은 물리적·정서적 갈등을 경험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한 조사에서 교사의 약 67.7%가 학생들에게 욕설을 들었으며, 22.9%는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갈등은 학습 환경을 파괴하고, 교사의 직업적 만족도와 소속감을 떨어뜨린다.
교육공동체를 해체하는 또 다른 주체는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개입이다. 학생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려 한 교사에게 폭력적 행동을 보인 사례가 보고되었고, 이후 부모의 신고로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등 관계의 균열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런 사건들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사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적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 교육공동체는 협력 대신 대립으로 치닫는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교총 및 전교조, 교사노조 등 교원 단체들이 전국 규모의 집회를 통해 교권 보호를 촉구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 급박함을 보여준다. 교사들의 안전과 권위 보장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단지 일시적 갈등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 전반의 신뢰와 존중이 재건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는 단지 개별 사건이 아니다.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서울·전북 등의 교육청이 교원 정원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사 한 명당 담당해야 하는 업무량과 책임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학생과 교사 간 상호작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공동체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매번 ‘교원 정원 확보’를 부르짖어도 교육 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정책 및 예산 입안자들은 탁상공론으로 ‘학령인구 감소=교원 감축’이라는 등식을 신앙처럼 견지한다.
교육공동체가 더 이상 붕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의 회복이 핵심이다. 그 방안을 여기에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교권 보호와 안전한 교육 환경 조치는 필수적이다. 갈등 상황에 교사들이 법적·행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교육의 주체로 존중받아야만 학생도 교사의 교육적 권위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자 진리다. 우리 교육은 이것이 무너진 상태다.
둘째, 소통과 협력의 장을 복원해야 한다. 교사·학부모·학생이 상호 존중의 관계 속에서 의견을 나누는 장을 꾸준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학부모 대상의 정기적 교육 프로그램과 공동 워크숍은 급격한 갈등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제도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교육자치 기구가 실질적인 소통 기능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지역 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학교는 지역 공동체의 일부로서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숙하도록 돕는 장이기도 하다. 경상북도 안동의 ‘미래교육지구’ 프로그램처럼 지역과 학교가 함께 문화·예술·돌봄 교육을 진행하면서, 학생·가정·교사가 공동체로서 긍정적 경험을 축적하는 사례가 좋은 선례라 할 수 있다.
넷째,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 서두의 언급과 같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한국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학업 성취 중심이 아닌 사회정서학습(SEL)을 강화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교육공동체의 회복은 단순한 정책적 조치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서로를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신뢰하기 위한 문화의 혁신을 뜻한다. 최근 서울시 교육감이 2026년도 교육 비전으로 제시한 것처럼 우리 교육은 ‘정답 찾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는 성장의 과정을 무시한 결과 지향적 과정에 몰입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교사·학생·학부모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공동의 목적을 향해 협력하는 교육공동체를 되살리는 일이다. 교육 공동체가 다시 희망의 공간으로 거듭날 때, 잠자는 교실에서 벗어나고, 교실의 문을 나서는 학생들의 눈빛은 다시 빛날 것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