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콜라
매년 4월이 돌아올 무렵이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유난히도 듣고 싶어집니다. 어느새 무심한 10년이 흐르고 있습니다. 같은 그리움에 같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들려옵니다.
4월 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던 아버지는 무엇인가를 말씀하려 했지만, 어떤 소리도 내실 수 없었습니다.
“아빠! 말씀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아버지는 눈을 반쯤 뜨시고 입을 힘들게 움직이셨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느낌으로 물어봅니다.“ 아빠! 목마르세요?”아버지의 입술이 다시 움직이십니다. 당신이 좋아하시던 콜라를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빠 좋아하시는 콜라 드시고 싶으세요?”
아버지의 눈이 자꾸 감깁니다.
“아빠, 빨리 중환자실에서 나오셔서 콜라 드셔야죠!”
저는 답을 듣지 못한 채 병원을 나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콜라를 좋아하셨던 나의 아버지는 아주 먼 곳으로 가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하고 싶었던 그 단어는, 당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도 저는 콜라를 가지고 성묘를 향합니다.
“아빠! 저 콜라 가지고 왔어요.”성묘를 올 때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세월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습니다.
아버지는 월급날이 되면, 우리에게 외식을 시켜주셨고, 연탄불 고깃집은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늘 조용하셨던 아버지는 대화를 나누며 자주 웃으셨고, 소주 한 병을 주문하면서 저희에게 콜라를 시켜주셨습니다. 가족들은 행복의 건배를 하며 마음속 사랑을 간직해 갔습니다.
“아빠처럼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콜라에서 소주를 마실 때이다. 알겠지?”
아버지의 그 말씀은 콜라병과 소주잔에서 잔잔하게 묻어났습니다.
저는 콜라도 마시고, 이제 소주도 마실 수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연탄불에 굽던 고기, 콜라와 소주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그리움의 마음을 제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10년이란 무심한 세월은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매년 4월도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아버지를 중환자실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날, 그날이 너무나 시리게도 그립습니다.
올해도 4월이 왔습니다. 아버지 묘 앞에 콜라 한 캔을 놓습니다. 따개를 당기니 탄산 빠지는 소리가 잠깐 주위를 채웁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말이 없으십니다. 연둣빛 새순이 바람에 흔들리고, 저는 그냥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연두색의 새순들이 많이 자라나려고 하는 이 계절에, 아버지의 그 따뜻하고 조용했던 사랑처럼 저도 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사랑은 영원히 남는 법임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백상희 칼럼니스트
· 96.3 mhz sone FM 진행/ 구성작가
· 2026년 대한민국 진심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