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그때 일을 생각하며 고소(苦笑)를 짓지만 상당 기간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얼굴이 뜨뜻했던 사건이 있다. 아주 오래 전 교직에 첫발을 디뎠던 때, 군을 제대한 것이 엊그제이고 대학을 갓 졸업했던 때, 그래서 의욕이 넘치고 마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던 그 때, 고1 담임을 했었다. 학교에서는 해마다 의례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 캠핑을 가곤 했는데 그해에도 어김없이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으로 캠핑을 떠났다. 배낭을 비롯한 개인 짐들이 많고 캠프파이어용 화목도 챙기고 하다 보니 짐차가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줄 간식용 수박을 사서 남학생들에게 한 덩이씩 맡기며 조심해서 가져오도록 했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남짓 이동하는 동안 차가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과장된 행동을 하며 일부러 깨뜨려 먹어버리곤 했다.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모처럼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은 영 말을 들어먹지 않았다. 순식간에 서너 통의 수박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군기를 잡아야만 2박 3일이 순조로울 것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집합을 시키고 캠프파이어용 장작더미에서 몽둥이를 꺼내어 들고 군대식으로 벌을 주기 시작했다. 뜀뛰기도
미국 캐나다 또는 호주 등의 규모에 비하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례(前例)를 찾기 힘든 산불이 한반도의 동쪽을 열흘 넘게 살랐다. 뉴스를 통해 보는 장면은 흡사 재난 영화 같았다. 재앙에 처했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위태로움을 나타내는 말로 ‘누란지위(累卵之危)’니 ‘백척간두(百尺竿頭)’니 하는 말이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정치 경제 안보 질병 자연재해 등 어느 것 하나 위태롭지 않은 것이 없다. 대통령은 탄핵의 위기에 놓여 있으며 정치계는 안개 속에서 연일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고 있다. 그 사이에 경제는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으며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의료대란으로 일 년 가까이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으나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안보도 걱정이 된다. 거기에다 사람이나 가축들이나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날씨가 풀리면 미세먼지는 얼마나 우리를 괴롭힐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지난여름의 폭염이 올해는 어떠한 기록으로 찾아올지, 우리에게 아름다운 봄이 있었다는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국제 사회도 어려움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엊그제 미얀마에서 진도 7.7의 강진이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