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30 (목)

백상희의 마음저널

낯선 예감


주말 성당을 나오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

“엄마! 집에 계세요? 점심 함께해요.”

어머니의 음성이 수화기 너머로 잠시 멈춥니다.

“너 바쁠 텐데. 나중에 식사하자. 엄마 밥 먹었다”

평상시와 달리 목소리에 기운이 없으신 듯 보였습니다.

“엄마 기다리세요.”

저는 왠지 기분이 이상해지면서 평상시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기분이 이상해지면서,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시는 식당에 도착해서 어머니의 얼굴을 봅니다. 감기 때문에 기침이 자주 난다고 마스크를 하셨기에, 당신의 표정을 읽진 못했지만, 낯선 예감이 밀려옵니다.

음식점에는 주말이라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누룽지를 좋아하셔서 영양밥을 주문하고 다시 엄마의 얼굴을 봅니다.

 

“엄마! 천천히 꼭꼭 씹어 드세요. 그런데 마스크 빼고 드세요”

어머니는 마스크를 벗고, 손으로 입을 가리십니다.

“고맙다. 주말까지 매번 신경 써주고...”

어머니의 가려진 손 사이로 보이는 얼굴에, 갑자기 말문이 막혔습니다.

앞니가 두 개 보이지 않습니다.

“엄마! 앞니가....?”

놀라는 저의 모습을 달래주시려고 애써 미소를 지으십니다.

“며칠 전에 앞니가 흔들려서 병원에 갔는데, 틀니를 해야 한다고 해서...이를 뺐구나. 네가 걱정할까 봐 얘기하지 않았단다.”

괜히 저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며칠 전이라고 하셨습니다. 며칠 동안 빈자리를 느끼시면서도, 저에게 한 마디 없으셨습니다.

저는 잠시 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눈물을 삼켰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고 하루하루 달라지십니다.

그러나 당신의 건강보다는 늘 자식 걱정을 하십니다.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마음의 응원을 해주시려고 합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밥 잘 챙겨 먹고 다녀라, 엄마는 늘 너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구나. 잘해주지 못한 것만 생각나고 ”

저는 어머니의 말씀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릴 적 딸이란 이유만으로 가부장적 분위기 속, 가족들에게 사소한 차별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 지나간 시간이 생각나시나 봅니다.

"늘 미안하구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눈이 저를 보는 게 아니라, 아주 먼 어딘가를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여자라는 이유가,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했던 시절,그렇지만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키우면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도 자식에게는 내리사랑으로 전해진다는 것을요.

 

사랑 방식을 억누르셨던 부모님이셨지만, 묵묵한 그 표현에는 커다란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서야 알아갑니다.

오늘도 말 없는 사랑을 배워갑니다.

힘들어도 참고 표현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순간들 속에서도 마음으로 사랑하는 법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머니가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잘 들어갔니. 오늘 고마웠다”

짧은 다섯 글자. 마침표도 없이 끝나는 문장.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나도 모르게 답장을 오래 썼다가, 지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처럼, 짧게 보냈습니다.

 

“나도요”

 

 

 

백상희 칼럼니스트

 

· 96.3 mhz sone FM 진행/ 구성작가

· 2026년 대한민국 진심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정회원

 

[대한민국교육신문]







인물·기관

더보기